<구글 웹사이트 등록-> 70분간의 압도적 전율: 김지숙 배우의 마지막 무대, 모노드라마 <로젤(Rosel)> 솔직 관람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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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분간의 압도적 전율: 김지숙 배우의 마지막 무대, 모노드라마 <로젤(Rosel)> 솔직 관람 후기!

by 기림성 2025. 1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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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간 3,400회 공연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의 주인공, 김지숙 배우가 자신의 배우 인생 마지막 무대로 선택한 모노드라마 <로젤>을 드디어 관람했습니다. (저는 노원구에 소재한 꿈의숲 아트센터 퍼포먼스홀 공연장에서 만났습니다!)

극단전설 40주년 기념 공연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지 않게, 이 무대는 단순한 연극을 넘어 한국 연극사의 한 페이지를 마감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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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숙 모노드라마 로젤(Rosrel)

1. 김지숙의 70분: '모노드라마 마스터'의 기적 같은 몰입감

'배우 김지숙'이라는 이름이 가진 무게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70분이었습니다.

독일 작가 하럴트 뮐러의 1971년 작을 1991년 국내 초연부터 35년간 이끌어온 관록은, 그 어떤 화려한 무대 장치나 조연 없이도 무대를 가득 채웠습니다. 정신병원에서의 사이코드라마 연구를 병행하며 쌓아 올린 심리적 리얼리티는 관객을 로젤의 내면으로 강하게 끌어당깁니다.

단 하나의 몸짓, 흔들리는 눈빛, 그리고 숨 막히는 호흡만으로 주인공의 사회적 억압과 고통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김지숙 배우는 정말 '모노드라마의 대가'였습니다. 왜 이 작품이 한국 여성 1인극의 새 장을 열었다고 평가받는지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2. 시대적 아쉬움: '철 지난 페미니즘'의 어색한 각색

뛰어난 연기와는 별개로, 작품의 메시지에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원작의 의도는 이해하나, 한국적 상황으로 각색된 로젤의 이야기는 오늘날의 관객에게 다소 억지스러운 '철 지난 페미니즘'으로 느껴졌습니다. 극의 내용이 남성을 무조건적으로 나쁜 놈, 사회악의 근원으로 그려내며 구조적 악의 대명사로 표현하는 방식은 다소 일차원적이라고 느껴졌습니다.

현재 여성의 사회적 권위와 파워가 눈에 띄게 높아진 사회현실을 고려했을 때, 작품이 사회적 구조와 제도 아래의 여성 억압만을 강하게 피력하는 것은 시대적 괴리를 낳았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개인이 외부의 억압을 넘어, 사회적 구조와 제도에 맞서는 '개인의 의지'나 '용기'에 좀 더 가치를 부여하는 입장이어서 그런지 주어진 사회적 틀과 제도와 그 속에 깃든 사회적 악에 수동적으로 끌려만 들어간 주인공의 삶에 왠지 공감하기 힘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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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숙 모노드라마 로젤(Rosrel)

3. '로젤'은 누구의 옷일까?: 손숙/김혜자 버전의 상상

극을 보는 내내 문득, 이 작품이 만약 다른 배우를 만났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젊은 시절의 김지숙 배우의 날카로운 이미지에 맞춰진 연기였다면, 연륜과 부드러움 속에 굳건함이 느껴지는 손숙 배우님이나 김혜자 배우님이 연기했다면 완전히 다른, 새로운 버전의 '로젤'이 탄생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배우의 해석에 따라 극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는 여지를 가진 명작이라는 뜻이겠죠.

4. 총평: 아쉬움 속에서도 던져진 깊은 질문

비록 내용적인 측면에서 시대적 괴리를 느꼈지만, 김지숙 배우의 전설적인 연기력은 이 모든 비평을 잠재울 만큼 압도적이었습니다.

결국 <로젤>은 우리 사회의 모순, 여성의 역할, 그리고 개인의 투쟁에 대해 깊은 생각과 질문을 던지게 하는 좋은 연극이었습니다. 전설이 무대를 떠나는 마지막 순간을 함께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적이고 의미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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