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근날은 주말 토요일 저녁이었다. 비교적 한산한 시간대였지만, 막상 첫 근무를 앞두고 긴장감이 감돌았다. 예정된 근무 시작 시간은 6시였지만, 15분쯤 일찍 도착해 전 근무자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의 얼굴에는 퇴근을 앞둔 피곤함이 그대로 묻어났다.
시재 점검과 인수인계
"먼저 시재 점검을 해야 하니까 이리 와보세요."
그의 안내에 따라 캐셔 속 현금을 함께 확인했다. 5만원권, 1만원권, 5천원권, 천원권, 그리고 동전까지 꼼꼼히 세어야 했다. 처음이라 익숙하지 않아서 몇 번이나 다시 확인했다.
"현금과 포스기의 금액이 정확히 맞아서 차액이 0입니다. 확인표를 출력한 뒤 화면을 캡처해서 사장님께 카톡으로 보내 주세요."
전임자로부터 인수인계를 받고 나니, 이제부터 내게 맡겨진 모든 물건 판매와 돈 관리가 온전히 내 책임임을 깨닫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긴장감이 몰려왔다.
퇴근을 기다리던 전 근무자는 서둘러 가버렸고, 나는 창고에서 유니폼을 챙겨 입고 계산대로 향했다. 이제 편의점의 모든 운영은 내 손에 달려 있었다.
POS기 앞에서 손님 응대
첫 손님이 들어오는 순간, 가슴이 쿵쾅거렸다. 혼자서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밀려왔지만, 웃으며 손님을 맞았다.
"어서 오세요."
"레종 오렌지 한 갑과 말보로 골드 한 갑 주세요."
첫 담배 주문에 당황했다. 종류가 많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직접 주문을 받고 나니 진열대 앞에서 머릿속이 하얘졌다. 손님의 도움 덕분에 겨우 담배를 찾아 건넸다.
"담배 종류가 많아서 찾기가 쉽지 않죠?"
다행히 손님은 친절한 사람이었고, 재촉하지 않으며 오히려 웃으며 도와주었다.
하지만 담배 주문만이 아니었다.
✔ "행사 상품 맞나요? 2+1 아닌가요?"
✔ "포인트 적립되나요? 통신사 할인 적용되나요?"
✔ "현금영수증 발행해 주세요."
단순한 결제뿐만 아니라, 다양한 요구 사항이 쏟아졌다. 처음 접하는 상황이라 머릿속이 복잡해졌고, 순간 당황했다. 그러나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하나씩 해결해 나가야 했다.
카드 결제는 물론 삼성페이,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제로페이, 각종 편의점 앱 포인트까지—손님들이 내미는 QR코드와 바코드의 홍수 속에서 당황하는 순간도 있었다.
"죄송합니다, 오늘이 첫 근무라서 많이 서툽니다."
솔직하게 양해를 구하자 대부분의 손님들이 친절하게 이해해 주었지만, 일부는 짜증스런 표정을 짓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익숙해졌다.
냉장식품 배송과 진열
시간이 흘러 정확히 11시가 되자, 야간 냉장식품 배달 트럭이 도착했다.
"여기 사인해 주세요."
트럭 기사님이 세 박스의 물품과 물품명세서를 넘겨주고 떠났다. 명세서를 확인하며 삼각김밥, 도시락, 빵, 포장 햄버거, 피자, 요구르트, 삶은 계란 등 다양한 냉장 식품을 꼼꼼히 체크했다.
처음이라 상품 이름과 리스트를 맞추는 데 시간이 걸렸다. 그러는 와중에도 손님이 찾아오면 계산대로 달려가야 했다.
진열 작업도 만만치 않았다. 유통기한이 짧은 냉장식품 특성상, 기존 제품을 앞으로 꺼내고 새 제품을 뒤로 배열해야 했다. 꼼꼼한 정리가 필요했고, 손님들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진열하는 것도 신경 써야 했다.
퇴근 후 느낀 뿌듯함
그렇게 어느덧 시간이 흘러 밤 12시가 가까워졌다. 다음 근무자인 미얀마 출신의 여학생이 도착했다. 인사를 나누고 시재 점검과 POS 인수인계를 마친 후 드디어 첫날 근무를 마쳤다.
퇴근길 버스를 기다리며 문득 예전 직장에서 야근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육체적인 피로감과 정신적 긴장감이 뒤섞여 묘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혼자서도 해냈다'**는 뿌듯함이 마음속 깊이 자리 잡았다.
집에 도착해 신발도 벗지 못한 채 소파에 몸을 던졌다. 발바닥은 불타는 듯했고, 허리는 찌릿했다. 하지만 이 피로함이야말로 내가 온전히 몸으로 정직하게 일했다는 증거였다.
"내일은 더 잘할 수 있을 거야."
스스로에게 속삭이며 눈을 감았다.
60대 편의점 알바생의 첫 도전은 이렇게 마무리되었고, 새로운 시작을 향한 발걸음이 이어졌다.
'편의점 알바생의 일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편의점 알바생이 본 편의점 상품, 누구나 찾는 인기 상품 생수 (0) | 2025.05.09 |
---|---|
편의점에서 상비약을 찾는 손님들, 하지만 부족한 약품, 편의점판매 의약품 종류와 목록 (0) | 2025.05.07 |
쓰레기 봉투 완벽 이해 편의점 알바생 필독! 쓰레기 음식물 종량제봉투 (0) | 2025.04.30 |
편의점업무 담배 종류 이해하기 궐련형 일반담배 전자담배 액상형전자담배 (1) | 2025.04.29 |
< 60대 편의점 알바생 이야기 7> 나를 채용해준 자칭 무수저 점주 이야기 (0) | 2025.03.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