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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알바생의 일지

60대 편의점 알바생의 일지 9 - 전직을 결심하고 겪은 알바쪼개기의 현장

by 기림성 2025.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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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생활에 재미가 붙음

평생 책상 앞에서 정신 노동에 몰두해 왔던 제가, 어쩌다 보니 편의점 아르바이트라는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였습니다. 예상외로 몸을 움직이는 노동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경험은 잊고 지냈던 감각들을 깨우고, 단순 반복적인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물건을 정리하고, 손님을 응대하며, 새로운 상품과 결제 시스템을 익히는 과정은 꽤나 즐거웠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처음 일했던 편의점은 매출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었고, 저는 점주님께 가족분들이 운영에 참여하여 인건비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조심스럽게 제안드렸습니다. 결국 점주님의 아버님께서 주로 근무하시게 되면서 자연스레 아르바이트 인력은 줄어들었고, 저 또한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 했습니다. 기업 생활을 오래 했던 탓인지, 적자가 나는 곳에서 급여를 받는 것이 마음 편치 않았습니다.

편의점알바 알바쪼개기
편의점알바 알바쪼개기

전직을 결심하고 새 일터를 찾다

새로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찾아 나섰습니다. 이전 직장에서는 주말 저녁과 주중 아침 시간대로 완전히 다른 근무를 했었고, 때로는 긴 시간의 스윙 근무도 경험했습니다. 하지만 하루 8시간 이상 일하는 것은 체력적으로 부담스러웠고, 시간이 길어질수록 집중력도 흐려졌습니다. 야간 근무는 엄두가 나지 않았기에, 저는 아침 일찍 일어나 매장을 정리하고 손님을 맞이하는 오전 근무를 선호했습니다. 규칙적인 생활 패턴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기왕 아르바이트를 하는 김에, 생활의 혁명을 한번 일으켜 보자!' 새벽 공기를 마시며 편의점으로 향하고, 돈도 벌고 건강도 챙기는 아침형 인간 프로젝트를 꿈꿨습니다. 알바천국과 알바몬을 뒤지며 제 시간과 맞는 곳에 수십 군데 지원했고, 다행히 이전의 경력 덕분인지 처음보다는 쉽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마주친 쪼개기알바의 현장

하지만 현실은 '쪼개기 알바의 시대'였습니다. 주휴수당과 퇴직금 등 고용주의 부담 때문에, 한 곳에서 주 15시간 이상 근무하는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기는 어려웠습니다. 결국 저는 여러 편의점을 전전하는 '도시 방랑 알바생'이 되었습니다. 수많은 지원과 연락 끝에, 송파의 CU, 양재와 서초의 세븐일레븐을 오가는 저만의 '편의점 알바 로드맵'을 완성하게 되었습니다.

월화수는 송파에서 아침 6시부터 10시까지, 목금은 양재에서 6시 30분부터 14시까지, 토일은 서초에서 8시부터 15시까지 근무하는 살인적인 스케줄이었지만, 저는 이를 '아침형 인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대중교통 시간을 맞추는 대신, 집에서 편의점까지 뛰어서 출근하는 '러닝 출근'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도시의 탐험가 아침형 러닝맨으로 새출발

60대편의점 알바생
60대편의점 알바생

뜻하지 않게 세 곳의 편의점을 오가게 되면서, 저는 마치 도시를 탐험하는 모험가 같은 기분을 느꼈습니다.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던 서울의 다른 지역들을 직접 걸으며, 각기 다른 분위기와 특징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CU와 세븐일레븐, 다양한 사장님과 근무 환경을 경험하는 것은 때로는 혼란스럽기도 했지만,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게 해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세 곳의 매장 매뉴얼을 익히고 각기 다른 사장님의 스타일에 적응하는 것은 마치 여러 개의 미션을 수행하는 게임 같았습니다. 새벽 6시 출근을 위해 새벽 4시 반에 일어나야 했고, 평생 '저녁형 인간'으로 살아온 저에게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알람을 여러 개 맞춰놓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뛰어야 하는 날들을 보며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러한 저의 '아침 러닝 출근'은 얼핏 보면 개인적인 생활 혁명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힘든 단기 아르바이트생들의 아픈 노동 현실과 자영업 사장님들의 고충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현행 노동 제도의 문제점:

결국 제가 여러 편의점을 오가며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현행 노동 제도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었습니다.

  • 주 15시간 기준의 주휴수당 부담: 주 15시간 이상 근무 시 발생하는 주휴수당 지급 의무는 고용주들이 이를 회피하기 위해 15시간 미만의 초단기 근로자를 선호하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 사장님의 고용 부담 증가: 주휴수당 외에도 15시간 이상 근무 시에는 4대 보험 가입 의무, 퇴직금 지급 등의 추가 비용이 발생합니다. 특히 코로나 이후 경기 침체 속에서 소상공인들에게 인건비 절감은 생존과 직결된 문제가 되었습니다.
  • 초단기 근로자의 증가와 불안정한 일자리: 이러한 환경 속에서 아르바이트생들은 여러 사업장을 전전하며 15시간 미만으로 근무하는 불안정한 형태의 일자리를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원하는 만큼 일할 수 없고, 수입 또한 불안정해집니다.
  • 정부 정책과 현실의 괴리: 정부는 근로자 보호를 위해 주휴수당을 강제했지만, 현실에서는 사업주들이 이를 회피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면서 오히려 안정적인 일자리 감소라는 역효과를 낳고 있습니다.

결국 제가 여러 편의점을 오가며 아르바이트 삼국지를 펼치게 된 것은 이러한 제도적 한계 때문입니다. 하나의 매장에서 안정적으로 일하고 싶었지만, 현실은 저를 도시를 가로지르는 방랑자로 만들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제도적 틈바구니 속에서 제가 경험한 아르바이트 노동 시장의 현실입니다.

2025.05.07 - [편의점 알바생의 일지] - 60대 편의점 알바생의 일기 8 - 첫 출근의 설레임과 긴장감

 

60대 편의점 알바생의 일기 8 - 첫 출근의 설레임과 긴장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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