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편의점 소년'의 이야기
세상에는 각자 정해진 길이 있다고들 합니다. 학교를 나와 취직하고, 승진하고, 은퇴하는... 그 길을 착실히 걸어온 제가 60대에 이르러 완전히 새로운 선택을 하게 될 줄은 저 자신도 몰랐습니다.
63세, 세상의 기준에서 보면 은퇴 후 여유를 누릴 나이. 하지만 내 이야기는 조금 다릅니다.
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에서 태어나 젊은 학창시절을 보내고 서울의 명문대학으로 진학하면서 시작된 서울생활. 6년의 학교 생활을 빼면 거의 40년을 대기업, 금융기관, 교육기업 등에서 사회생활을 했습니다.
그리고 맞은 은퇴 이후 생활은 너무나도 귀했기에 여유롭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다하고 보낸 꿈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경제적 여유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3년간의 이런 시간이 무료 해지려던 순간, 갑작스레 나에게 경제적인 충격이 찾아왔습니다. 나의 삶을 경제적으로 지탱해줄 여유 자금이 나의 지나친 욕심과 위험관리 실패로 다 날리고 일순간에 빈털터리가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은 차차 자세히 쓰기로 하고…
지상의 천국에서 절벽 아래로의 날개도 없는 추락! 이것이 나의 상황이었으며, 이렇게 갑작스레 닥친 절박한 사정이 나를 나의 학력과 경력을 밑천으로 다시 취업전선으로 내몰았습니다.
혼신을 다해 준비한 중견 인터넷 언론사의 기업연구소 대표라는 자리가 거의 확정적인 순간, 막바지 단계에서 나의 언론사 경력 미비라는 사유로 물거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이제껏 나의 출신과 경력이라는 껍데기에 지탱하여 살아왔다는 사실을요. 그때 문득 결심했습니다. 더 이상 과거의 껍데기에 기대도 말고 내 분수에 맞게 나의 몸을 움직여 정직하게 돈을 벌어 오늘을 살아가기로.
말은 이렇게 듣기 좋게 하지만 실제로 나의 경제적 및 정신적 상황은 거의 공황 상태였고 경제적으로도 당장 만원이 아쉬울 정도로 절박했습니다.
"이 나이에 내가 알바를 하게 될 줄이야. 더 이상 내 출신과 경력 같은 껍데기에 기대어 살아가려 하지 말자. 내 몸을 직접 움직여 땀 흘려 돈을 벌고, 세상과 부딪히면서 살아가자.” 제 노트에 이렇게 썼습니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찾아 나선 일자리. 우여곡절 끝에 구한 곳이 바로 편의점 아르바이트였습니다.
"편의점 알바요? 그 나이에?"
주변 사람들의 의아한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겠죠. 한때 기업에서 잘 나가던 사람이 이제는 편의점 유니폼을 입고 바코드를 찍고 있으니까요.
우여곡절 끝에 찾은 곳이 송파 석촌호수 인근의 송리단길 인근에 위치한 세븐일레븐 24시간 편의점이었습니다. 최저임금에 야간 근무도 있고, 까다로운 고객도 만나야 하는 고된 일이지만... 이상하게도 저는 이곳에서 오히려 활기를 찾았습니다.
새벽녘에 들어오는 배달 트럭, 출근길에 커피를 사가는 직장인들, 야식을 찾는 대학생들, 그리고 간간이 찾아오는 동네 어르신들. 이들과 나누는 짧은 대화와 인연이 제 삶에 새로운 색채를 입히기 시작했습니다.
편의점이라는 작은 공간에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제가 경험해보지 못한 삶의 또 다른 면을 보여주었습니다.
처음에는 창피했지만 이제는 당당합니다. 제가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도 아니고 정직하게 내 몸을 움직여 있는 그대로 살고 있는데 창피할 이유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래서 오늘부터 저는 이 블로그에 '60대 편의점 알바생'으로서 경험하는 소소하지만 의미 있는 일상들을 기록하려 합니다. 화려한 경력을 뒤로하고 편의점 유니폼을 입은 늦깎이 '편의점 소년'의 이야기가, 혹시 인생의 새로운 도전 앞에 서 있는 누군가에게 작은 용기와 재미를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으로요.
다음 이야기에서는 엄청난 경쟁(?)과 낙방 끝에 얻은 60대의 편의점 알바 자리 구하기 까지의 과정 들에 대해 소상히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어서 제가 첫 근무를 시작했던 그 긴장되던 날의 해프닝에 대해서도 들려드리겠습니다. 서툰 POS기 조작으로 벌어진 소동과 그 속에서 만난 특별한 인연까지도.
늦깎이 편의점 60대 소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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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러분! 저번 글에서 제가 알바를 하기로 결심한 이야기를 들려드렸는데요. 오늘은 제가 실제로 알바를 구하려 했던 과정과, 그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을 솔직하게 나눠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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