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웹사이트 등록-> < 60대 편의점 알바생 이야기 7> 나를 채용해준 자칭 무수저 점주 이야기
본문 바로가기
편의점 알바생의 일지

< 60대 편의점 알바생 이야기 7> 나를 채용해준 자칭 무수저 점주 이야기

by 기림성 2025. 3. 28.
반응형

60대 편의점 알바생
60대 편의점 알바생

송리단길 세븐일레븐 에서 일을 시작하기로 결정한 주말이 되기 전 나는 아무래도 불안했다. 그래서 목요일 점주가 운영하고 있는 로데오 편의점으로 찾아 갔다. 왠지 미리 좀 보고 배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천성적으로 타고난 예민함과 소심함 책임감 떄문이랄까.  

 

면접 날 이후 처음 제대로 만나는데 그는 나를 친절하게 맞아 주면서 자신과 함께 계산대 옆에 앉아서 업무를 가르치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오고 가는 손님들 응대를 하는 것을 보여 주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내며 편의점 경영의 이면을 솔직하게 나에게 들려 주었다.

사전 연수, 편의점 곳곳에 숨겨진 장사의 비밀

점주는 실제 손님을 맞으면서 계산대 사용법과 POS 시스템의 기본 작동 원리를 보여주며, 상품 등록, 카드 결제 처리 및 환불 절차 등을 자연스럽게 보여 주었다.

로데오점은 스포츠토토와 각종 복권도 취급해서 전의 편의점에서 보았던 업무 보다도 종류가 다양하고 더 복잡했지만 옆에서 지켜보면서 하나 하나 숙지하려고 노력했다.

 

나는 편의점 앞의 식당에 가서 점심을 먼저 먹고 오후 근무교대를 위해 근처 원룸에서 내려온 그의 동생과 점주가 식당에 밥을 먹으로 간 사이에 항상 누군가는 점포를 지켜야 했기에 나 혼자 업무처리를 해야만 했다.

역시 옆에서 보는 것과 실제 돈과 상품이 오가는 현실은 달랐다. 특히 당첨된 복권을 가지고 와서 또 다른 복권으로 바꾸고 싶다고 했을 때 어떻게 처리하는 지를 몰라 허둥대며 밥 먹고 있던 점주를 전화로 불러 급히 처리할 수 밖에 없었다. 역시 실제 상황은 닥치고 직접 해봐야 제대로 할 수 있는 거야.  Learning by doing!

 

식사 후 점주는 상품의 진열과 배치  방법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이때까지 손님의 입장에서 무심하게 보았던 편의점 내의 진열된 상품이 오랜 편의점 경영의 노하우에서 비롯된 것임이 상품마다  녹아 있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고객의 눈에 쉽게 보이게 하여 사려는 충동을 일으켜라.” 였다. 잘 팔리는 물건으로 손님을 유도하여 기왕 온 김에 다른 물건도 사도록 하는 치밀한 장사 노하우가 숨겨져 있었다. 그리고 취급하는 상품마다 마진율이며 나름마다의 히스토리와 경쟁 상품과의 차별점이 있었는데 오랫동안 유통업에 종사한 경험 탓인지 점주는  다양한 측면들을 재미있게 설명해 주었다.

 

매일 배송되어 오는 상품은 진열할 때 맨 뒤로 진열해야 했다. 그래야 유통기한 근접한 이미 들어온 물건이 먼저 팔릴 수 있다. 이 점은 특히 신선도가 중요한 음식의 경우에는 철저했다. 편의점의 주요 판매품목인 삼각김밥, 도시락, 샌드위치, 우유, 빵 등 냉동식품은 다 유통기한이 있었고 이에 도달하면 철저히 검사해서 폐기처분해야 했다. 눈에 보이기는 멀쩡해 보여도 잘못 먹으면 고객의 건강에 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철저히 기한을 엄수해서 폐기등록을 하고 진열대에서 빼야 했다. 버리기에 아깝지만 고객의 건강이 우선이었다.

 

그리고 항상 진열 상품은 Face-up이라고 팔린 상품을 대체하여 뒤에 있는 상품을 앞으로 빼내어 전시함으로써 항상 풍성한 이미지를 고객에게 주도록 신경을 써야 했다. 수시로 창고에서 상품을 갖다가 채워야 했고, 음료수와 주류의 경우는 냉장고 뒤에 있는 냉장 창고에 들어가서 뒤에서 보충해주면 기울어진 경사면을 따라 앞으로 자동적으로 나아가게 해주어야 했다.

 

2-30 평 규모의 작은 공간이었지만 그 속에 다양한 영업노하우가 녹아 있고  매대와 창고 간의 긴밀한 공급관계가 형성되어 있었다. 편의점이라는 곳이 참 재미있는 공간이었다.

40대 점주와의 사적 공감대 형성

“사장님 근데 결혼하셨어요?

초면이지만 반가운 마음에 느닷없이 질문을 던졌다. 그랬더니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사실 저는 무수저예요.”라고 했다.

순간 무슨 말인지를 몰라 “예?”

“저는 흙수저 조차도 없는 무수저에요. 저 같은 사람에게 누가 시집오겠어요?”

순간 머리가 띵 해졌다. 젊지만 그래도 편의점을 두개나 경영하고 있으니 나름 형편이 괜찮을 것으로 예상했던 나로서는 예상할 수 없는 전혀 의외의 답이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저는 가장으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합니다. 아버지와 동생을 부양하고 있죠. 아버지는 건설 계통 일을 하시고 저와 동생이 옆의 원룸에 살면서 교대로 이 편의점을 운영해요."

점주는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어 갔다.

 

"이 편의점을 시작할 때 빚을 내서 시작했어요. 사실은 제가 롯데마트 본사에 일하고 있었는데  아파서 집에 누워 계시던 어머니 병간호를 하려면 집근처에 있는 편의점을 운영하면 두가지가 가능하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2023년 8월에 여기에 본사 위탁경영 형식으로 맡아서 왔어요. 편의점 과자를 좋아하셨던 어머니는 제가 옆에서 가게를 운영하게 되니까 무척 좋아하셨죠. 가까이서 언제든 달려가서 간호도 해드릴 수 있었고...그런데 어머니가 편의점을 운영한 지 1달 반만에 돌아가신 거죠. 결국 어머니도 돌아가시고 나서도 가족을 위해서 계속 이 일을 하게 된 것이죠. 어머니 장례를 치르던 날, 편의점을 대신 운영해 줄 알바도 없어서 하루 문 닫고 다음날 바로 와서 다시 가게를 운영해야 했죠.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살 의욕고 많이 줄었어요."

그의 솔직한 고백은 나의 마음에 아프게 다가왔고 담담히 말은 하지만 그의 고뇌가 내게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점주는 자신의 상황이 얼마나 힘든 지를 이야기하며, 편의점 경영을 잘해내는 것이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절박함을 드러냈다.

 

"저에게 이 편의점은 단순한 가게가 아니라, 우리 가족의 생계를 걸고 지켜야 하는 소중한 터전입니다." 점주는 진지한 눈빛으로 말했다. "이 좁은 공간에 하루종일 붙잡혀 살면서도 이곳을 벗어날 마음의 여유도 시간적 여유도 없어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단순한 알바의 위치인 주제에 또 오지랖이 발동했는지 그를 더 이해하고 그를 도와 편의점이 잘되어 그가 돈을 많이 벌도록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점주와의 대화 속에서 그가 처한 어려움을 이해하며, 별다른 희망도 없이 이 좁은 공간에서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젊은 점주가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고 그러는 데에 내가 힘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참으로 우스꽝스럽지 않은가? 기껏 알바인 주제에 내가 고용인인지, 점주가 고용인인지 헷갈리는 순간이었다.

 

“근데 왜 송리단까지 2개를 운영하게 되었어요?”

"로데오점을 멀쩡하게 운영하고 있는데 본사에서 송리단점까지 맡아서 운영하라고 해서 덜컥 맡는다고 했어요. 그래서 지금 사람이 정말 필요해요." 그는 새로운 매장을 맡으며 혼자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 놓였음을 솔직히 이야기했다.

 

갑작스레 추가적으로 맡게 된 점포에 그 점포의 알바가 돈까지 횡령했으니, 그래서 내게 이런 알바 기회가 오게 된 것이다. 참으로 오묘한 섭리(?)의 결과다. 속으로 웃음을 삼키며 이 사람과는 참으로 희귀한 인연이라고 생각되었다. 그의 말을 들으며 나는 그에게 공감과 연민을 느꼈는데, 그도 내가 편한 지 나를 편하게 대하며 자연스레 "형님"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는데, 이로 인해 그가 더 친밀하게 느껴졌다.

 

짧은 시간 동안 우리 두 사람은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신뢰를 쌓았기에, 점주와 알바의 사이였지만 단순한 직원과 고용주의 관계를 넘어, 서로를 응원하고 돕는 동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드디어 이번 주말부터 본격적인 편의점 근무가 시작된다. 8편으로 이어집니다.

2025.03.16 - [편의점 알바생의 일지] - <60대의 편의점 알바생 이야기 1>

 

<60대의 편의점 알바생 이야기 1>

늦깎이 '편의점 소년'의 이야기세상에는 각자 정해진 길이 있다고들 합니다. 학교를 나와 취직하고, 승진하고, 은퇴하는... 그 길을 착실히 걸어온 제가 60대에 이르러 완전히 새로운 선택을 하게

cs.tipdepo.com

2025.03.18 - [편의점 알바생의 일지] - < 60대 편의점 알바생 이야기2>나이는 숫자가 아니었다 - 60대 알바 구직자의 좌절기

 

< 60대 편의점 알바생 이야기2>나이는 숫자가 아니었다 - 60대 알바 구직자의 좌절기

안녕하세요, 여러분! 저번 글에서 제가 알바를 하기로 결심한 이야기를 들려드렸는데요. 오늘은 제가 실제로 알바를 구하려 했던 과정과, 그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을 솔직하게 나눠볼까 합니다.

cs.tipdepo.com

2025.03.19 - [편의점 알바생의 일지] - <60대 편의점 알바생 이야기3>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60대 편의점 알바생 이야기3>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실패 후의 깨달음실패의 쓴맛을 충분히 맛본 저는 깨달았습니다. 이렇게는 안 되겠다, 뭔가 달라야 한다고요.어느 날 문득, 오래전부터 양재에서 편의점 알바를 하고 있는 친구가 생각났습니다.

cs.tipdepo.com

2025.03.21 - [편의점 알바생의 일지] - <60대 편의점 알바생 이야기4> 첫 면접의 결과는?

 

<60대 편의점 알바생 이야기4> 첫 면접의 결과는?

두근거리는 첫 면접면접 당일, 약속 시간보다 15분 일찍 대모산입구역에 도착했습니다. 혹시 지각이라도 하면 안 될 것 같아 서둘러 집을 나선 탓이었죠. 마음 한구석에서는 '이제야 드디어 알바

cs.tipdepo.com

2025.03.23 - [편의점 알바생의 일지] - <60대 편의점 알바생 이야기 5> 나의 선택과 이유

 

<60대 편의점 알바생 이야기 5> 나의 선택과 이유

나의 이야기를 이어나가기 전에 왜 내가 편의점 알바를 하려고 결심하게 되었는지를 정리해 보겠다.나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알바를 찾게 되어 많은 알바 자리 중에서 편의점 알바를 해보기로

cs.tipdepo.com

2025.03.27 - [편의점 알바생의 일지] - <60대 편의점 알바생 이야기6> 세 군데 면접! 드디어 알바 취업 성공!

 

<60대 편의점 알바생 이야기6> 세 군데 면접! 드디어 알바 취업 성공!

"오늘도 화이팅이다."아침에 일어나 거울을 보며 나 자신에게 말했다. 육십이 넘은 나이에 취업 전선에 뛰어든 지 근 한 달. 그동안의 쓰라린 경험을 했지만 오늘은 다르다. 오늘은 세 군데에서

cs.tipdepo.com

 

반응형